💬 내용 요약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는 '베이비 스텝'을 밟으면서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역대 최대인 1.50%p로 벌어졌다. 연준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p 올리는 '빅 스텝'을 피하면서 한미 금리 역전 폭은 그나마 덜 확대됐다. 오는 4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숨 쉴 틈이 생겼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미 동부시간으로 22일 오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존 연 4.50~4.75%인 기준금리를 연 4.75~5.00%로 인상했다.
◇한미 금리차 최대지만 '빅스텝'보단 낫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연 3.50%다. 한미 기준금리가 1.50%p 차를 두고 역전된 상태다. 이 같은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2000년 5~10월 이후 거의 23년 만에 최대다.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야 한다. 글로벌 최대 선진국인 미국보다 위험도가 높은 한국에 투자하려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게 통상적이다.
따라서 한미 금리 역전이 확대되면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과 함께 외국계 자금이 국내 시장을 이탈할 우려가 커진다. 자연스레 이번 연준의 베이비 스텝은 한은의 차기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금리 차가 역대 최대로 커졌기에 환율과 자금 이탈 상황을 주의깊게 살펴야 하는 유인이 늘어난 반면, 연준이 당초 우려됐던 빅 스텝이 아닌 베이비 스텝을 밟았다는 점에서 이달 초보다는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던 셈이다.
◇물가 4%대 찍으면 또 동결…아니면 고심 시작
시장의 시선은 차기 기준금리 결정 때까지 나올 물가·환율 등 경제 지표로 향한다. 한은은 오는 4월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두 달 연속 기준금리 동결 여부를 결정한다. 지금으로부터 2주 반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그 동안 소비자동향조사(3월29일)와 소비자물가동향(4월4일)에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각각 발표된다. 모두 금통위가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중요시하는 판단 근거다. 특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예측대로 3월 4%대까지 내려올 경우 한은의 무게중심은 동결 쪽에 한 발짝 가까워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후 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부터는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생각하고 있는데, 이 예상 경로대로 가면 굳이 금리를 올려 긴축적으로 갈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강승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물가 경로가 3월 이후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면 추가 인상을 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며 "향후 국내 물가 경로에서 유의미한 이탈이 없을 경우 국내 최종금리는 3.50%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물가주의 정책을 강조하는 금통위 입장은 곧 3월 이후 4%대 물가로만 진입해 주면 추가 인상은 굳이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문제는 소비자물가 둔화세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가를 잡으면서 한미 금리차도 좁혀야 한다는 압력이 모두 한 방향(기준금리 인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 불안 우려가 커진 터라 금리 인상에 취약한 저축은행이나 고위험차주 등의 금융 안정 상황을 저울질할 필요가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4월 기준금리에 대해 "2월 물가 하락 경로는 기대에 부합했지만 부수적으로 금융 안정과 환율도 고려한다"며 "다음 달 회의까지 꽤 시간이 있기에 여러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 생각 정리
한국은행에서는 "안개가 가득해 어느 방향으로 갈 지 모르면, 차를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라는 발언을 시작으로 금리를 동결하며 금리인상 기조에 일단 '쉼표'를 찍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요인들에는 환율, 물가, 경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살펴보면 첫째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미국과의 금리차가 벌어져 생길 수 있는 자본유출이 있을 것이다.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한국의 금리는 미국보다 높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미국과의 금리차이는 23년만의 최대인 1.5%p 이다. 그럼 현재 상황에서 증권자금의 유출입을 살펴 보았을 때 금리가 2022년 7월부터 역전되기 시작됐다. 역전되기 이전부터 주식 투자금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지만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순 유입세가 지속되어 왔다.
또한 금리역전이 이루어진 이후의 자금유출에 따른 자료를 살펴보았을 때, 일시적으로 채권자금이 순유출 되기도 하였으나 민간자금을 중심으로 대체로 순유입되었고 최근 채권자금 유출을 주도하고 있는 주체는 공공부문인데 이들은 대체로 중장기 투자자로서 단기간의 금리차에 덜 민감하다는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점은 외국인이 현물 채권시장에서는 상당 규모 순매도하였으나 국채 선물시장에서는 이보다 더 큰 매수로 매수하였다는 점이다. 국채 선물 거래에 참여하는 외국인은 주로 헤지펀드 등 단기투자자로서 채권금리 하락이나 상승 전망을 바탕으로 순매수 또는 순매도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이들 외에도 일부 외국 공공기관의 경우 국채선물을 순매수하여 투자비중을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 외국인은 1월 중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완화 기대 등으로 국내 채권금리 하락 기대가 형성되며 국채 선물 순매수를 크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어쨋든 이러한 선물투자자의 행태는 단기적으로 내외금리차보다는 향후 금리의 향방이 채권투자에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두번째 금리상승 요인으로는 국내 물가의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연준의 경우 목표 물가를 2% 대로 설정하여 금리인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경우 2023년 말 목표 물가를 3%대 초반으로 설정하고 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도 하락추세를 띠고 있고 3월달의 소비자 물가 지수가 4%대를 유지해 준다면 올해 말 3%초반으로 내려가는 방향으로 예상된 상황이라고 한다. 2023년 3월 근원소비자 물가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위의 자본유출에 대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미국처럼 가파르게 올릴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제 문제는 미국정부의 부채 비율이 높은 점이지만 한국의 경우 민간주체의 부채비율이 높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가계부채 국제통계에 잡히지 않은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면 한국의 경제규모(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로 나타났다. 한국에만 전세와 반전세 제도가 있기 때문에 국제통계에는 전세보증금이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것도 문제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 상승이 계속될 경우 가계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다.
둘째로는 한국 경제에 부동산 경기가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져 인상에 부담을 겪고 있다. 최근 미분양 물량 급증,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악재가 겹치며 부동산 PF 부실 염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고금리에 금융시장이 경색되어 유동성 위기가 닥치면 고위험 사업장과 중소 건설사를 시작으로 우량 건설사까지 치환 위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제 2금융권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2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도 유동성 비율이 177%에 달해 단기자금 유출에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해 두었다지만 부동산 관련 여신 연체율이 급등하면 예금고객 심리가 악화되어 뱅크런 사태로 번질 수 있다. 이러한 금융권에 위기가 생기면 자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한 기업이 늘며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단순히 미국과의 금리차이를 우려하여 금리를 상승시키기 보다는 이러한 국내 위험을 관리하며 상황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OECD가 발표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8% 에서 1.6%로 0.2%포인트 하향조정되었습니다. OECD 주요국들은 경제성장률이 상향 조정되었지만, 한국은 반도체 침체, 무역 적자, 내수 약화 등의 원인이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수출 부진이 성장률 하향 조정의 결정적인 이유이며 특히 부동산 침체와 가계부채 비중의 높은 구조 때문에 세계 전체 성장률은 오르는 반면 한국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용어 정리
- 한국 소비자심리지수
소비자신뢰지수는 한국은행 발표용어 기준으로는 소비자심리지수(CCSI; Composite Consumer Sentiment Index)로써, 소비자를 대상으로 경기에 대한 판단이나 전망 등을 조사하여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이다. 2005년 1/4분기부터 한국은행에서 작성 및 발표하고 있으며, 개별 소비자동향지수(CSI) 가운데 관련 경제지표와 연관성이 높은 생활형편지수, 경제상황지수, 가계수입 및 소비지출 전망 등의 지표를 표준화하고 합성하여 산출한다. 지수의 기준치는 100이며 100을 초과할 경우 소비자들이 현재의 경기를 과거 평균 수준보다 좋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100 미만은 현재의 경기가 과거 평균적인 경기상황보다 좋지 않음을 나타낸다.
- 근원인플레이션율
기초경제여건에 의하여 결정되는 물가상승률을 의미하며 대부분의 경우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에서 농산물 가격, 국제원자재가격 등의 변동분을 제거하여 계산함. 근원인플레이션율은 물가에 미치는 단기적·불규칙적 충격이 제외되어 기조적인 물가상승 흐름을 포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일반국민들의 체감물가와 괴리될 위험성이 있음.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곡물을 제외한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수를 근원인플레이션 지수로 사용하고 있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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